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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ical Mystery Tour

이탈리아 4개 도시 여행기_피렌체_둘째 날_점심식사

밖으로 나오니 이미 오후 1시가 넘었다. 배가 고픈 것이 당연했다. 피렌체는 스테이크로 유명하다고 하니 사치를 부릴 생각으로 여행안내서(오랜만에 등장!)에 나온 맛 집으로 향했다. 좁은 골목이 이어져있는 피렌체의 도시 특성이라기 보단, 그냥 내가 길치라 조금 길을 헤매며 식당을 찾았는데, 점심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맙소사. 벌써 한시 반은 족히 지난 시간이었다. 난 주린 배를 움켜쥐고 다른 식당을 찾아 나섰다. 산타마리아 노벨라 성당 앞에 있는 산타마리아 노벨라 광장을 지날 때, 고기 냄새가 났다. 식당이었다. 산타마리아 노벨라 광장에 야외 테라스를 만들어 놓은 식당은 사람들로 가득했고, 가격도 비교적 저렴한 듯했다. 뭐 더 생각할 것도 없이 난 자리를 잡고 앉았다. 기본적인 스테이크와 와인 한잔을 주문했다. 그제야 먹을 것이 나온다는 생각에 안도감(?)과 함께 여유가 생겼다.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속담은 이럴 때 적절한 비유는 아니지만, 아무튼 당시에 떠오른 속담이었다. 스테이크와 와인이 나왔다. 꽤 풍부한 양에 맛도 괜찮았다. 아니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이탈리아에 와서 지금까지 먹은 음식 가운데 가장 맛있었다는 표현이 정확했다.

 

스테이크와 와인, 그리고 빵.. 물론 빵은 무료다.


스테이크를 먹으며 테라스의 앉은 사람들을 봤다. 미국에서 온 단체 여행객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은 여러 메뉴를 시켜 나눠 먹었다. 인원수 보다 적은 수의 메뉴를 시킨 듯했다. 내 앞쪽에는 젊은 부부가 갓난아이와 함께 식사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장 인상 깊은 사람들은 내 대각선 앞쪽에 앉은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각각 어른만한 덩치의 개들을(세 마리나) 데리고 식사를 하고 있었다. 아마 테라스까지는 야외이므로 개들을 데리고 식사를 하는 것이 허용되는 듯했다. 그 개들은 클 뿐만 아니라 주둥이를 막거나 하지도 않았다. ‘개들이 갑자기 흥분해 누구라도 물기 시작하면 어떡하나?’란 걱정을 했지만 그런 걱정을 하는 사람은 나 밖에 없는 듯했다. 하지만 한국이면 문제가 될 법도 했다. ‘우리 개는 순해서 안 물어요라고 하며 목줄도 하지 않고 다니는 사람들과, 주둥이 마개(? 용어는 모르겠음)를 채우지 않고 다니는 사람들이 문제가 되곤 하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 정말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개인적으로도 생각하는데, 이탈리아에선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듯해서 신기했다. 개들은 맛난 고기를 먹는 주인들을 기대의 눈빛으로 쳐다보다, 자주 있는 일인 냥 쉽게 포기하고 누워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잠시 기대의 눈빛을 나에게 보내기도 했지만, 그것 역시 자주 있는 일인 것처럼 곧 모든 것을 단념하고 누워 서로의 허기를 보듬고 있었다. 나중에 누군가에게 신기해 이 이야기를 하니 거리 다니면서 개 짖는 소리 못 들어 봤죠?”라고 나에게 되물었다. 생각해 보니 개 짖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었다. 그는 나도 잘은 모르지만 어려서부터 철저하게 개들을 교육시키는 것 같고, 그것에 대한 믿음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개들의 스트레스는 개들을 울타리 쳐 놓고 풀어 놓는 시설이 공원에 마련되어 있어 그곳에서 풀게 하는 듯하며, 거기에서는 개들이 뛰놀며 짖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문화의 차이인지, 반려동물을 키우는 문화가 오래 되어서인지 한국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밥을 먹으며 별 생각을 다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미술관을 돌아다니느라 지친 다리에 휴식을 주기 위해선 이곳에 혼자 앉아서 더 쉬어야 했고, 혼자 더 쉬려면 이런 잡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난 공짜로 주는 빵까지 두 번 더 리필 받아가며 배를 든든히 채우고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번편은 사진이 너무 없으므로..

우피치에서 인상 깊었던 그림 가운데 하나. 

남자 둘이 싸우는 모습이 너무 사실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