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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ine

영화 ‘인천상륙작전’ 누가 정치적인가?

영화 ‘인천상륙작전’이 개봉했다. 그리고 논란이 됐다. 좌편향 된 평론가들이 낮은 평점을 주었다는 것이 이유이다. 여기에는 한국전쟁의 분수령이 된 인천상륙작전에 대한 이야기에 어떻게 낮은 점수를 줄 수 있느냐는 인식이 담겨 있다. 이는 만화가 윤서인의 작품에도 나오는데, 그의 작품을 보면 ‘인천상륙작전 없었으면 장군님 영화나 보면서 눈물 흘렸을 님들’이라는 표현이 그것이다.

그럼 과연 좌편향 된 평론가들이 이 영화를 편파적으로 해석했을까? 일단 영화평론가 이동진의 영화평을 보면 영화 자체에 대한 해석만 있을 뿐 인천상륙작전이라는 사건에 대한 가치판단은 어디에도 없다. 그는 시나리오의 개연성 없음을 지적하며 그 때문에 배우들이 본인이 가진 연기력보다 못한 연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연출력 부족으로 서스펜스와 스팩타클이 중요한 영화에 딱 그 부분들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이 평론 어디에도 인천상륙작전이라는 역사적 사건에 대한 평가는 없다. 오히려 그는 1/5000이라는 불가능에 가까운 가능성을 성공으로 만든 이 작전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묘사가 없음을 아쉬워 했다.

올 초, 귀향이라는 영화를 본적이 있다. 일본군 위안부(성노예) 문제를 다룬 이 영화는 제작과정부터 화제가 되었다. 나는 어머니를 모시고 이 영화를 보러갔다. 그리고 난 이 영화가 영화로서 아주 별로라는 평가를 내렸다. 연출도 부족했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개연성도 부족했다. ‘굿(특히 씻김 굿)이라는 장치는 연출력 부족으로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한다고 생각했다. 그때 나는 페이스북에 귀향에 대한 영화평을 ’눈물이 나는 역사, 헛웃음이 나는 연출‘이라고 썼다(물론 이 영화에 대해 다른 평가를 하는 분들의 생각도 존중한다). 일본군 위안부(성노예)문제에 분노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 희생자의 삶이 슬프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 문제를 다룬 영화의 연출이 형편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영화는 상품이다. 역사적 사실로의 인천상륙작전과 영화 ‘인천상륙작전’은 별개이다. 상품이 만듬새가 별로면 별로라고 이야기 할 권리는 소비자의 것이다. ‘한국전쟁’, ‘일본군 위안부’, ‘독립운동’ 등을 소재로 다루면 무조건 비판도 없이 봐야 하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심지어 이들 소재의 영화 중 잘 만든 영화도 있다. 독립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 ‘암살’은 영화적으로도 훌륭했다.

영화적 재미도 없는데 영화를 재미있다고 평가하라고 하는 것이 오히려 폭력적이며 정치적이다. 한국전쟁을 다룬 영화 중 ‘고지전’ ‘태극기 휘날리며’ 등도 개인적으로는 훌륭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훌륭한 소재를, 훌륭한 연출로 만든 영화는 수도 없이 많다(미국의 2차대전 영화나 베트남 전쟁 관련 영화들을 보면).

영화 평론가가 연출, 연기, 시나리오 등을 갖고 영화를 평가하지 못한다면, 아니 특정 사건에 대한 영화평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게 만든다면 그것이야 말로 역사적 사건과 영화도 구분 못하는 행위이다. 논란을 만든 것은 평론가들이 아니라, 사건과 영화도 구분 못하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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