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를 떠나는 날 아침이 됐다. 오고가며 본 가죽시장은 정말 ‘살 것 없다’란 생각이 들었는데, 난 그곳에서 뭔가를 잔득 사고야 말았다. 어머니 선물, 동생 부부의 선물 등등. 돌이켜 보면 한 상인의 상술에 당한 샘인데, 그렇게 친절하게 사람을 대해주면 누구라도 넘어오지 않을 수 없을 것 같긴 했다. 아니면 9일차에 접어든 나 홀로 여행으로 누군가의 친절이 그리웠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렇게 한 짐을 사고, 다시 자주 가던 “Uncafe”를 찾았다. 오늘은 예쁜 여자직원이 문을 열었다. 물론 반갑게 맞아주기도 했고. 여기서 와이파이를 켜고 모국의 소식을 조금 접하고 페북질도 했다. 물론 싸고 맛난 커피도 시켰는데, 아무래도 커피를 내리는 사람마다 실력의 차이가 있는 듯했다. 지난 번 남자직원이 내려준 커피가 훨씬 맛있었다.
숙소에 들어와 짐을 점검하고 마지막으로 숙소 앞 – 기차 역 앞이기도 한 – 산타마리아노벨라(Basilica di Santa Maria Novella) 성당을 갔다. 정말 산책하듯 나가 카메라도 들고 나가지 않았다. 입장료는 피렌체 패스를 사용하여 역시 무료였다. 조토의 작품으로 유명하다고 하고, 그 이외에도 많은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이 있다고 하는데 이미 여행의 목적은 휴식으로 바뀌고 있었고,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이라는 것에도 조금 적응이 되어가고 있었다. 다만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성당 한 가운데 위치하고 있는 커다란 십자가 그림은 한 눈에 들어와 들고 있던 아이폰 카메라로 찍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것이 조토의 작품이었다. 또 어디서 들은 말에 의하면 이 성당에 마사초라는 사람이 원근법을 사용해 그린 그림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막 찾아봤다. 사실 현대 미술에서 – 현대까지 갈 것도 없지만 – 원근법이야 너무나 당연해서 다시 그 원근법을 깨는 새로운 시도들이 생기고 있지만, 중세에 중심인물은 크게 그리고, 주변 인물은 작게 그리던 시대(고구려 고분벽화도 그렇다)에서 보이는 데로 그리는 원근법의 시대로의 전환은 그야 말로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여기저기 찾아보니 원근법이 사용되었음직한 그림이 보였고, 밑에 설명을 보니 맞는 듯했다. 역시 아이폰으로 찰칵. 피렌체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르네상스의 도시였다.
산타마리아 노벨라 성당의 내부. 가운데 조토의 십자가가 보인다.
마사초의 십자가. 옆에 다양한 설명들이 이탈리아어와 영어를 몰라도 이 그림에서 원근법이 사용되었음을 알려준다.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떠날 시간이다. 게스트 하우스 주인부부와 인사를 나눴다. 3일 만에 써본 한국어와도, 6일 만에 먹어본 한국음식하고도 모두 작별이다. 만나고 헤어짐은 늘 있는 일이지만, 타국에서 이러니 약간은 새삼스러웠다.
기차는 연착하지 않고 왔다. 이번에는 이딸로가 아니라 트렌이탈리아(TRENITALIA) 기차였는데, 와이파이 사용이 뭔가 되게 까다로웠다. 사실 나만 모르고 남들은 다 아는 것 같긴 했는데, 이딸로에서 아주 쉽게 와이파이를 사용했던 것에 비하면 여긴 뭐 최악이었다. 와이파이도 안 되는 상황에서 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갖고 간 책을 읽다, 여행안내서를 보다, 자다를 반복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인 나폴리-피렌체라인보단 피렌체-베네치아라인이 훨씬 길이가 짧다는 것이었다. 베네치아에 가까이 온 것은 바다를 보면 알 수 있었다. 기차는 긴 다리를 건너 베네치아 안으로 나를 안내했다. 드디어 마지막 여행지, 베네치아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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