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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ine

정치 참여

근래 정치에 관심이 많아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원래 많았지만 '더' 많아졌다고 하는 것이 적절한 표현을 듯 싶지만. 아침에 컴퓨터를 켜면 인터넷으로 서울시장 예비후보들의 지지율을 살펴보곤 한다. 그리고 밤새 또 어떤일이 터졌는지도 살펴본다. 스포츠, 연예 기사에 관한 관심은 그와 반비례 하여 많이 줄었다. 이는 아마 최근 몇 년 사이 정치가 내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을 몸과 마음으로 깨닭은 결과일 것이다.(사실 스포츠의 결과나, 연예인 가쉽은 내 삶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근대 국민국가(혹은 민족국가) 형성에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던 사상은 '인민주권론'이다. 그전까지 주권이란 것은 군주에게, 혹은 몇몇 귀족들에게 있던 것이었다. 하지만 프랑스 혁명이 이를 바꿨다. 프랑스 혁명의 주체였던 부르주아 계급은 민중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리고 도움을 얻기위해 국가의 권력이 인민에게 있다는 사상을 만들어 냈다. 이로서 국가는 왕조의 국가도 아니고, 몇몇 귀족의 국가도 아닌 나의 국가가 되었다.

물론 이것은 허울 좋은 관념에 불과했다. 실제로 그 이후 프랑스는 몇몇 부르주아의 국가였다. 하지만 이러한 사상에서 출발하여 많은 제도들이 정비되었고, 그 제도 안에서 인민들은 힘을 갖을 수 있게되었다. 여전히 정치는 '정치가'라고 하는 몇몇 특별한 계급(적절한 표현은 아닌 것 같지만 일정의 계급성은 갖는 다고 생각한다)의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들은 최소한 그들 나라의 시민(혹은 국민 혹은 인민)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인민주권론에서 시작된 민주주의의 상식에 따르면 주권을 가진 모든 사람은 정치에 참여할 수 있다. 그런데 앞서 말한 것 같이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래도 정치인이라면 '여러분 모두가 정치에 참여할 수 있다.'고 포장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권력을 너희 '피지배층'도 같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전에 모 국회위원께서 '아무나 정치하려고 한다'라고 말해주셨다. 솔찍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정치는 보통 사람이 해서는 안되는, 몇몇이 독점해야 하는 그 무엇이라는 프랑스 혁명 당시 '부르주아'의 생각을 그대로 답습하고 계신 것이다. 그 솔찍함과 순수함에 감탄을 보낼 수밖에 없지만, 그가 말한 '정치인'으로서의 자질은 조금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직접 민주주의의 정수라고 했던 페리클리스 시대의 아테네에서는 심지어 공직을 추첨으로 뽑았다. 모든 시민은 정치와 국가운영에 참여할 수 있다는 원칙을 그대로 지킨 것이다. 그럼 이때 그리스가 엉망이었냐? 그렇지도 않다. 페리클리스 시대의 아테네는 황금시대를 맞이했다. 이런식의 정치야 아테네와 같은 폐쇠적인 시민국가이기 때문에 가능하긴 했지만, 민주주의라는 원칙에서 볼 때 사람의 의식이라는 것이 2000년이 지나도 별반 달라지지 않았고, 몇몇 정치가들을 볼 때 더 세련되지 못해졌다는 데에는 약간의 허무함 마져 느낀다.

벌써 오래전 이야기지만 군사정권의 마지막 대통령이던 노태우는 '위대한 보통사람들의 시대'가 왔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지금 위대한 보통사람은 어디도 없다. 나도 겪고 있지만 보상도 제대로 못받고 쫒겨나고, (백번 양보해 그것이 불법이라 하더라도) 내 권리를 지키겠다고 버티다 공권력에 의해 불에 타 죽는 '보통사람'만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가 선택한 일이기도 하다.

프랑스 혁명 당시 부르주아가 인민주권론을 이야기했다고, 20여년 전 노태우가 위대한 보통사람들의 시대를 선언했다고 그것이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나에게 있는 권리를 나에 이익에 맞게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사용할 때 비로서 얻을 수 있다. 가만히 앉아서 선거철에만 잠시 정치에 관심을 갖고 투표 몇 번 한다고 바뀌지 않는 다는 이야기이다. 이렇게하고 정치가들에게 '내가 조금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달라'고 하는 것은 감나무 밑에서 떨어지는 감이 입으로 들어가는 것을 기다리는 것 보다 더 가능성이 적다. 당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심지어 선거마져!-이 선거는 무엇을 결정하는 '투표'와는 구별된다).

처음으로 돌아가자. 아마도 많은 사람이 최근 몇 년 사이 정치가 우리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정치에 의해 세금이 결정되고, 집 값이 움직이고, 물가가 오르락 내리락 한다. 그것을 알았다면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별게 아니다. 끊임 없이 관심을 갖고, (원칙 적으로는)나를 대신해 정치를 하고 있는 그들을 감시하며, 비판하고 요구 해야한다. 그래서 그들이 최소한 보다 많이 당신들의 눈치를 보게 만들어야 한다. 물론 삶이 그렇게 '한가하지'않은 것도 안다. 하지만 그것도 하지 않으면 '각자'가 원하는 좋은 세상은 오지 않는다. '인민주권론'은 원칙으로만, '위대한 보통사람의 시대'는 수사로만 남아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