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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ine

역사교과서 문제

1.

요 근래 '뉴라이트'가 중심이 되고, 교육과학기술부가 후원하여

소위 '좌편향'된 근, 현대사 교과서를 수정하겠다고 하여 시끄럽다.

 

이명박 정부가 '법질서'를 확립하고, 때법을 근절하겠다는 것 이후 생각한

새로운 측면의 사회 개조운동의 일환으로 보인다.

 

사실 근대의 역사 - 특히 국사 - 는 국민만들기를 위한 장치였다.

때문에 자국사를 중심으로 자랑스러운 역사를 과장되게 서술함을 물론이고,

부끄럽고 당한(?) 역사는 축소, 은폐했다.

 

비단 이것은 현대의 대한민국의 일만은 아니었으니, 이것만 갖고 욕할 것은 없다.

미국 등 소위 선진국이라는 여러 나라도 여전히 자국이 잘못한 역사를 축소, 은폐하고 있다.

하워드 진이라는 미국의 학자는 대중이 읽기 쉽게 <<만화로 읽는 미국사>>를 써서

미국 제국주의의 역사를 비판하기도 했다.

 

역사는 팩트(fact)가 아니다. 여러가지의 사실을 이야기(narrative)로 구성하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역사를 쓰는 사람(역사가)의 주관이 개입한다.

역사가들은 되도록 많은 사료들 찾고 분석하여 이것들을 논리적으로 구성한다.

이때 가장 많은 사료가 분석되고, 가장 논리적인 글이 그 사회의 '역사'의 지위를 획득한다.

 

사관(史觀)은 이러한 작업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사관은 일종의 양심의 권리에 해당하기 때문에, 사관을 갖고 옳타 그르다 할 수는 없다.

 

그런데 지금 교과서 문제의 핵심은 사관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좌편향되었다는 금성교과서는 교과부에서 이미 아무 문제가 없다고 '검인정' 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정권이 바뀌면서 어느새 '좌편향'되고 대한민국의 헌법을 위배하는 교과서가 되었다.

'교과서 검인정제'의 핵심은 교과서를 민간에서 쓰게하고 경쟁에 맡긴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가장 많은 선생님들이 금성교과서를 택했다(본래 교과서 선택권은 해당 교과 선생에게 있다).

 

이 결과를 혹자들은 (실체는 모르면서) 증오의 대상이 되는 전교조의 탓으로 돌리는데,

'조갑제 닷컴'에 따르더라도 이것은 전교조와는 관련이 없다.

전교조 가입율이 가장 낮은 대전에서 금성교과서 채택율이 가장 높았고,

전교조 가입율이 가장 높은 광주에서 금성교과서 채택율이 가장 낮았기 때문이다(시사in) 기사 참조.

 

그렇다면 금성교과서를 이렇게 좌편향으로 모는 이유에는 정치적 의도가 숨어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사실 이명박 정부가 좋아하는 '자율경쟁'에 원칙에 따르면 금성교과서는 '경쟁력 있는 상품'이므로

살아남은 것이고, 나머지는 도태한 것이다.

또한 많은 역사 교사들이 택한 만큼 '보편성'까지 획득한 샘이다.

지금 정부가 하는 행위는 자신들의 사관과 맞지 않으니 수정하라는 것에 다름아니다.

 

하지만 사관은 앞서 말했듯 간단히 옳타, 그르다 할 수 없다.

 

뭐 하지만 정부가 이념을 들고 나오니 이제 사관문제로 들어가보자. 

 

 

2.

현 정부 혹은 뉴라이트에서 '좌편향'을 공격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자학사관'이라는 것이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역사를 너무 비판하고 찌질하게 썼다는게 이유란다.

그런데 이것은 일본의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자신들의 제국주의 전쟁을 미화하려던 것과

같은 맥락에서 하는 말이다(하긴 그러고 보니 식민지 근대화론, 위안부 문제 등 둘이 닮긴 했다).

 

국부 이승만, 경제 성장의 신화를 이룩한 박정희 뭐 이런식이다.

그들이 그렇게 믿는다면 할 수 없다. 이승만과 박정희의 업적을 찬향할 수도 있다.

(우리 어머니도 박정희 팬이다)

 

대신 이승만이 반공이란 이름으로  수 만명을 학살했던 것,

박정희가 경제성장이란 미명으로 인권은 탄압했던 것도 같이 가르쳐야 할 것이 아닌가.

(우리 어머니도 이점은 찬성한다)

 

그런데 이승만과 박정희의 과오를 가르치면 좌편향되었다라고 몰아가는 것,

또 그것을 정부가 압장서서 한다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에도 어긋나는 행위이다.

 

역사교과서가 지향해야 하는 사관은 지금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사회의 모습을 반영해야 한다.

(이 때문에 역사는 항상 현재와 미래의 문제이다)

뉴라이트와 현정부가 추진하는 역사관에서는 여전히 개발과 경제발전이고, 인권과 민주주의는 후 순위이다.

하지만 지금이 과연 그래도 좋은 시대인지 반문하고 싶다.

 

우리나라는 세계 12위 경제 대국이다.

하지만 세계에서 12번째로 행복한가?

 

우리가 세계 12번째로 행복하지 못한것은,

지난 수십년 동안 경제는 성장했지만, 그래서 파이도 계속 커져왔지만

그것을 먹는 사람들은 소수이고, 아직 다수는 배가 고프고, 그중 일부는 굶기 때문이다.

 

현 정부는 여전히 성장을 외치며 허리띠를 졸라 맬 것을 주장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국민은 40년 넘께 허리띠를 졸라 메었고, 배신당했다.

 

현재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이제 어떻게 이 결과물을 나누냐 하는 것이고,

그를 위해서 더 많이 이야기 하고 토론해야 하는 것이며,

그를 위해서 당연한 내 권리(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를 표출할 수 있어야 한다.

 

경제가 어려운 이 시점에 과거처럼 무조건 성장과 건설만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이럴수록 힘들어도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고,

고용을 안정화 시켜 장기적으로 내수를 부양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라고도 생각한다.

 

내가 현재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다.

한국 사회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자유이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이다.

내가 생각하는 한국의 역사는 이러한 관점에서 서술되어야 한다.

 

물론 내 생각에 반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뉴라이트 단체들은 아마도..).

그러나 내가 그들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아도 그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듯,

내 생각도 방해 받아서는 안된다.

그들이 옳다면 그들의 생각이, 내가 옳다면 내 생각이 사람들이 지지를 얻을 것이다.

(여기서 내 생각은 나와 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을 나로 대표한 것임)

 

그런데 뉴라이트와 정부는 내가 하는 말은 틀리다고 하고, 자신들의 말이 옳다고 한다.

이렇게 국가나 나서서 역사의 옳고 그름을 정하게 되면

역사가는 스스로 자기 검열을 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반대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주저리주저리 떠들었지만 결론은

나는 현재 정부의 사관에 동의하지 않으며,

정부가 당연한 나의 표현의 자유와 학문의 자유를 지켜달라는 것이다.

정부가 '이게 옳아. 이렇게 쓰지 않으면 채택하지 않을꺼야'라고 하는 작금의 상황은

학문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며, 민주주의 원칙에 대한 도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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