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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ical Mystery Tour

스페인 여행기-떠나는 날

718떠나는 날

떠나는 날이다. 설렘보단 걱정에 잠을 설쳤다. 혼자 가는 여행은 늘 약간은 불안하기 마련인가보다. 짐을 다 싸고 자리에 누우니 마리가 눈에 밟힌다. 마리는 아는지 모르는지 잠만 잘 단다.

일어나니 피곤하다. 내가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서인지 마리는 계속 잔다. 충전된 휴대전화를 챙기고 캐리어를 닫았다. 마리에게 준 저녁이 아직 남아 있다. '보통은 남기지 않는데..' 어제 병원에서 아픈 곳은 없다고 했으니 예방 접종 때문이라고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하지만 하필 떠나는 날 이러니 더 마음에 걸린다. 양치를 하고 나오는 데 현관에서 나를 보는 마리가 눈에 밟혀 몇 번이나 문을 닫으려 하며 인사를 했다. “잘 다녀올게. 잘 있어.”



떠나는 날 아침의 마리



비행기 출발시간에 맞춰 가면 출근시간과 겹칠까봐 일찍 나왔다. 서울역 도심공항에서 출국심사를 하고 짐을 맡기고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출국심사 때 조금 어리버리 하긴 했지만 뭐 아무튼 무사히 도착했다. 비상구 좌석을 달라고 해서 얻었다. 4층 공항휴게실에 와서 핫도그와 커피를 마시고 잠시 누워 쉬는데 잠이 오지 않는다. 너무 생각이 많아서 일까?

밖으로 나와 글을 쓰는데 오랜만에 펜으로 글씨를 쓰니 어색하다. 언젠가 손으로 글씨를 쓰는 일도 사라지지 않을까? 문득 이 글도 사진으로 저장해 두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다 보니 1130분이다. 45분 후면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다.




잘 갖춰진 인천공항 휴게실


비행기에 탔다. 비상구 좌석은 3자리가 붙어 있다. 지난 번 이탈리아에 갈 때는 한 자리에 내가 앉고 나머지 두 자리에 신혼부부(혹은 커플)가 앉았는데 이번엔 두 좌석이 모두 비어있다. 이,착륙 시에만 승무원들이 앉는다고 한다. 덕분에 자리를 넓게 쓰고 편한 여행을 했다. 라고 하고 싶지만 그렇지 않다. 12시간이 넘는 비행시간 때문이다. 물론 일등석을 탄다고 비행시간이 짧아질리 없으니 비행시간을 어찌할 방법은 없지만, 이 긴 비행시간은 여행의 설렘을 사라지게 하는 것에 안성맞춤이다.



텅빈 내 옆좌석


나의 사랑 그리스기프티드두 편의 영화를 봤다. 둘 모두 괜찮은 영화였다. 비행기에서 보지 않았으면 더 괜찮았을 것 같다. 지난 번에도 느낀 건데 왜 여성 승무원들이 치마를 입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가장 많이 움직이는 사람들이 가장 불편한 옷을 입고 있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또 하나. 비상구 좌석은 화장실 앞쪽에 있어 사람들이 화장실 오가는 것을 보게 되는데, 화장실 앞에 있는 미세요를 왜 다들 읽지 못해 문을 못 열고 당황하는지 모르겠다.


마드리드 공항에 도착했다짐도 늦게 나오고 버스도 몇 번을 헤맨 후에야 탔다달러를 환전하는데 환전하는 사람이 뭐라 뭐라 했지만 알아듣지 못했다아무튼.. 버스를 타고 시내에 들어와 지하철역에 잘 들어가서 10번을 이용할 수 있는 티켓까지 잘 샀다지하철은 꽤 잘 되어 있는 것 같았다그렇게 간신히 돌고 돌아 숙소까지 왔는데그 사이 10회권을 잃어 버렸다아마 넣었다뺐다 하는 사이에 빠진 것 같다난 도착해서 왜 이리 당황했을까?


아무튼 짐을 풀로 씻은 후 마요르 광장으로 나갔다산 미구엘 시장에서 모히토와 타파스를 사 먹었다뭔가 잘 꾸며진 시장이란 생각이 들었다오랜만에(?) 유로를 쓰니 돈에 대한 감각이 없다이것저것 사먹고 나니 결로 싸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뭐 아무튼 아직 돈은 충분했으니 충분히 먹고 마셨다. 9시인데 해가지지 않았다(역시 제국을 경험해서;;).






마드리드 마요르 광장 주변과 산 미구엘 시장


숙소에 다시 돌아오니 피로가 몰려왔다. 주인과 몇 마디 나누고 돌아다니는 손님들과도 목례 정도의 인사를 했다. 역시 싼 숙소라 그런지 이용자들이 너무 어리다. 첫 숙소를 한인 민박으로 얻은 것은 여행 정보를 얻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화장실이 충분한(5) 숙소를 찾아 독방으로 예약했는데, 뭐 숙소는 나쁘지 않았다. 아무튼 피곤에 지쳐 금방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