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al Mystery Tour

이탈리아 4개 도시 여행기_베네치아_둘째 날_걸어서 베네치아..

beatles 2016. 3. 23. 22:29

뭘 먹었는지는 이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길가다 파는 피자 한 조각 정도 먹은 듯하다. 배를 채운 후 이제 정처 없이 베네치아 거리를 돌아다녔다. 운하 사이의 다리를 건너고, 그냥 앉아 햇살을 받으며 쉬기도 했다. 고작 열흘 남짓한 여행인데 뭔가 힘이 들기 시작했다. 그냥 천천히 풍경을 즐겨야 여행도 오래 할 수 있는 것 같았다. 관광객으로 보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얼굴에 설렘과 기쁨이 묻어있었다. 연신사진을 찍는 가족들과, 연인과 함께 풍경을 감상하는 사람들을 지켜보자니 문득 외로움이 밀려왔다. ‘. 25.9 유로짜리 종이쪼가리라도 쓰러가자절로 이런 마음을 먹게 됐다. 아직 성당 두곳과 한 곳의 미술관을 공짜로 이용할 수 있었다. 일단 다시 다리에 올라가 몇 장의 사진을 찍었다. 상인의 도시이고, 관광객의 도시인 것은 분명했지만, 이 도시가 아름다운 것 또한 분명했고 난 그 도시의 풍경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다.


정말 그냥 대충 찍은 사진이다. 

 

가까이 있는 성당은 산타마리아 델라 살루테(Santa Maria della Salute) 성당이다. 유럽을 휩쓸던 흑사병은 베네치아도 피해가지 않았다. 1630년 베네치아를 공격한 흑사병은 라이벌 제노아, 오스만투르크 제국보다 무서운 적이었다. 1년 만에 베네치아 인구의 1/3이 죽었다. 어떤 조치도 소용없었다. 이럴 때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힘에 의지한다. 성모마리아를 위한 성당을 짓기로 결정한 것이다. 지반 공사가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흑사병은 잠잠해졌다. 마리아의 은총인지, 죽을 만한 사람들이 이미 다 죽었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럴 땐 보통 전자를 믿게 된다. 성당은 완성되었다. 신을 믿지 않는 나에게 이런 이야기는 허무맹랑하게 들리지만, 한편으론 당시 사람들의 절박함을 느끼게 한다. 성당의 규모는 크지 않다. 하지만 이 성당이 갯벌에 나무말뚝을 박아 조성한 지반 위에 건축된 것을 감안하면 베네치아 사람들이 얼마나 신에게 감사했는지를 조금은 상상할 수 있다.


산타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의 외관.. 

성베드로 성당 이런 성당에 비해 좀 작다는 것..



이런 신성한 성당을 보면서도 역시 돈 벌라면 장사를 해야지.. 란 생각이 들었다.

바다에 접해 자원이라곤 사람 밖에 없는 베네치아는 처음에 무역으로 돈을 벌었다.

(나중엔 레이스와 유리공업 등 제조업도 키웠다.. 역시 강대국은 제조업 기반..ㄷㄷㄷ)


성당에서 나와 향한 곳은 아카데미아 미술관이다. 이곳에 저 유명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인체비례그림이 있다고 해서 고민 없이 들어갔다. 사실 멀지도 않고 딱히 가고 싶은 곳도 없긴 했다. 아무튼 들어갔는데, 뭐 난 인체비례를 못 찾았다. 두 번 정도 그 그림만 보려고 왔다갔다 했는데, 결국 못 찾았다. 이제와 생각하면 그 그림이라도 보여주며 직원에게 물어봤을 것 같은데, 그땐 그런 생각도 못했다. 사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는데, 티치아노, 틴토레토 등등 베네치아의 유명 화가의 그림도 볼만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사진은 크고 화려했다. 뿐만 아니라 베네치아의 옛 모습을 수백 년 후 사람인 나에게 생생하게 상상토록 했다. 당대 최고 화가들의 그림을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볼 수 있는 것도 큰 행운이었고, 내가 이번 여행에서 생각보다 많은 호사를 누리고 있음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다 유명한 작품들이라는데, 누구의 작품들인지는 기억이 안 난다. 아무튼 인상 깊었던 작품들



이 그림을 보면 지금의 산 마르코 광장이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산 마르코 광장은 국가 기념식 장이라는 공적 장소에서 낭만과 관광의 광장이 되었다. 

 

한창 미술작품들을 본 후에야 다시 밖으로 나왔다. 베네치아를 계속 걸었다. 다리에 오르니 운하가 아름답게 펼쳐졌고, 골목을 들어가니 작은 광장에선 음악이 연주되고 있었다. ‘사치를 부리자!’ 젤라또를 하나 사서 벤치에 앉아 먹으며 음악을 감상하고, 작은 성의를 표했다. 최고의 공연장에 최고의 무대였다. 다시 정처 없이 걷다보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 도착한 곳은 그 유명하다는 리알토 다리였다. 이곳 역시 나와 같은 관광객으로 가득했다. 그곳에서 노을지는 베네치아를 보니 나폴레옹이 정복욕이나, 정치적 욕심이 아니라 아름다움에 반해, 혹은 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 도시를 탐낸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해지는 베네치아의 풍경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꼭 권하고 싶다.


남들 다 찍는다는 베네치아 운하 사진



운치를 알게 해준 작은 광장의 악사들..


석양에 물든 베네치아.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