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al Mystery Tour

이탈리아 4개 도시 여행기_나폴리_넷째 날_나폴리를 떠나다.

beatles 2015. 8. 9. 22:20

나폴리를 떠나는 날 아침이다. 로마와 같이 아쉬움이 남았지만, 나폴리를 만나 로마를 떠나는 아쉬움을 잊었듯, 피렌체라는 새로운 도시가 나폴리에 대한 아쉬움을 잊게 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기차시간은 1245. 출발까지 시간도 많이 남았고 난 아직 나폴리 고고학 박물관도 보지 못했고 기념품포 사지 못했다. 전날 푹 잠을 자서인지 아침 일찍 개운하게 일어났다. 간단히 맛난 커피와 함께 아침을 먹고 짐을 정리하고 숙소를 나왔다.


나폴리 국립 고고학 박물관은 숙소에서 도보로 20여분 거리에 있었다사실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폼페이만 볼 뿐, 이 국립 박물관에는 잘 오지 않는데, 아직 보지 못한 곳도 많았지만 폼페이의 유물이 모여 있다는 고고학박물관에 가지 않으면 폼페이를 다 본 것 같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나폴리의 마지막 관광장소로 박물관을 택했다이놈의 전공병...

기차시간이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인지 마음이 조급하여 박물관 앞에 도착하니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그래서 박물관 외부를 둘러볼 수 있었다. 나폴리 고고학박물관은 시내 한복판에 있었는데, 따로 독립된 공간이 있는 것이 아니라 도로 옆에 바로 있는 것이 인상 깊었다. 우리나라 국립박물관들이 상당히 독자적인 공간을 갖고 있는 것과 상당히 대비가 되었기 때문인데, 이 때문에 한국의 박물관들이 상당히 권위적인 공간 구성을 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나폴리 국립 고고학 박물관의 겉 모습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데, 육중한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난 아르때카드를 이용해 무료로 입장했다. 난 바로 폼페이 관을 찾아갔다. 정문으로 들어가 1층에서 2층 올라가는 왼편 계단 왼쪽 방이 그곳이었는데 가니 예전 도록에서나 봤던 유물들이 눈에 띄었다. 특히 눈을 사로잡은 것은 알렉산더 대왕과 다리우스왕의 전투를 담은 일종의 모자이크 작품이었다. 아는 사람은 다 안다는 이 작품은 작품성으로도 유명하지만, 원래는 바닥 장식이었다는 점도 나에겐 매우 이채로웠다.


이 작품이 바로 폼페이에서 발견된 바닥 모자이크.. 이게 바닥 장식이라니..ㅠㅜ

 


요것은 디테일..


그 밖에 다른 모자이크들도 상당한 수준이었다. 작은 소도시의 사람들이 이 정도의 예술작품들을 집에 두고 감상했을 정도라면 수도 로마 사람들의 생활은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았다. 모자이크 작품은 신화, 생활, 동물 등 소재도 다양했다. 그 중 사람들의 눈길을 멈추게 하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집창촌의 그림 앞이였다. 집창촌을 묘사하며 집창촌 안에 그려져 있던 작품으로 알려진 이 그림들은 사람들의 성교 장면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사실 고대인의 성이나 사생활에 대한 관념은 중세나 현재의 그것과 매우 달랐다. 성은 사적이 것이지만, 숨겨야하는 대상은 아니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며 성을 대하는 사회 풍조도 바뀌었다. 성은 개인적은 일이며 공공연하게 이야기되서는 안 되는 것이 되었다. 그런 시대에 폼페이의 발굴이 시작됐고, 발굴하던 사람들은 성 행위를 묘사하는 작품들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여러 유물 가운데 성과 관련된 것들은 일반에게 공개하지 않고 교양 있는 남성들에게만 공개했는데, 이것이 우리가 몰래보는 포르노의 시작이라 한다. 폼페이는 지금의 우리들에게 포르노라는 새로운 개념을 물론 그것을 숨기던 사람들에 의해서지만 탄생시킨 곳이기도 한 것이다.



집창촌에 걸려있던 그림.. 폼페이 집창촌에 있는 그림은 아마도 가품인 듯



그 밖에 폼페이에서 발견된 모자이크 작품들.


폼페이관을 다 보고 나머지를 둘러봤는데, 엄청난 양의 그리스-로마시대의 조각이 말 그대로 널려있었다. 조각의 양과 질로는 로마의 바티칸 미술관이나, 카피톨리노 박물관 못지않았다. 이런 엄청난 양과 질을 자랑하는 박물관의 유일한 단점은 그 양으로 인해서 좋은 작품이 좋다고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인데, 심지어 특별한 안전장치나 보완장치까지 보이지 않아서 더욱 고대 그리스-로마조각이 흔하게 느껴졌다. 이것도 사치라면 사치이고 호사라면 호사였다.


그냥 흔하게 그리스-로마 조각들이 널려 있는 전시실..


아마도 소크라테스 


아마도 티베리우스

위에는 흔한 널려 있는 조각상들


뱀과 관련된 조각은 아니고 물고기인 듯..ㄷㄷㄷ


 요것은 폼페이를 복원 해 놓은 모형. 이것을 보면 한결 폼페이 전체를 이해하기가 쉽다.

 


나중에 뱀과 관련된 모티브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뱀을 주제로 하는 조각들이 많은 것도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두 시간정도 조각품들을 마음 것 관람한 후에 나폴리 고고학 박물관을 나섰다. 더 많은 것을 보고 싶었지만 역시 기차시간이 마음에 걸렸고, 나는 아직 기념품도 사지 않았다.

 

기념품을 사러 간 곳은 스파카 나폴리(Spacca Napoli)였다. 이곳은 나폴리의 일종의 중심인 것처럼 느껴지는 곳이었으며, 수많은 기념품을 싸게 파는 곳이기도 했다. 그리고 치안이 위험한 곳이라고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내가 간 시간은 오전이어서인지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고, 사람도 많지 않았다. 이곳은 작은 상점들이 좁은 도로를 따라 길게 늘어져 있었으며, 그곳에는 수많은 종류의 기념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탈리아 어느 지역의 기념품도 이곳에서는 구할 수 있었다. 한 후배는 나에게 냉장고에 붙이는 마그넷을 부탁했는데, 싸고 작았기 때문에 부담 없이 마그넷을 먼저 고르기 시작했다. 가격은 그리 비싸지 않았지만 약간의 흥정이 가능하기도 했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이곳 스파카 나폴리의 물가는 이탈리아 어느 관광도시보다 낮아, 모든 기념품을 이곳에서 사지 못한 것을 아쉽게 하기도 했다. 그렇게 몇 개의 기념품들을 사고, 숙소로 돌아왔다.



스파카 나폴리 거리의 모습

 

며칠간 나를 친절하게 대해줬던 숙소 직원들에게 인사를 했다. 짐을 들고 나와 나폴리 중앙역으로 향했다. 처음 내렸을 때의 초조함과 당황스러움은 고작 3일 만에 없어졌다. 로마를 떠나 올 때처럼 아쉬웠다. 아니 이 도시는 로마보다 더 정이 들었다. 나폴리에서의 3일은 잠시지만, 그리고 비록 비수기였지만, 캄파냐 지역의 풍요와 여유를 보여주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특히 이곳 사람들의 친절은 잊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