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4개 도시 여행기_나폴리_셋째 날_카프리 섬으로!
셋째 날 아침이 밝았다. 전날과 같이 아침을 챙겨 먹었다. 커피는 역시 맛있었다.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역시 호스텔 사장이 말을 걸었다. “오늘은 어디가?” 나는 대답했다. “카프리 섬” 사장은 다시 말했다. “정말 아름다운 곳이지. 배타는 곳은 어디고, 9시 까지 가면 정말 싼 배를 탈 수 있어” 그때 시간은 8시 20분 조금 지난 시간이었다. 호스텔 사장이 말한 항구는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이었는데, 한 20분 정도는 가야할 듯 했다. 내가 우왕좌왕하며 거리를 방황할 것을 고려하면 그리 넉넉한 시간은 아니었다. 빨리 짐을 확인하고 밖으로 나왔다.
바닷가 쪽으로 가까이 오자 항구 비슷한 것이 보였는데 막상 정확히 어딘지는 알 수 없었다. 마침 젊은 남성 둘이 있기에 말을 걸었는데 자신들도 잘 모르는지 당황했지만 곧 스마트 폰으로 열심히 검색을 한 후에 나에게 정확하게 길을 안내해줬다. ‘나폴리 사람들의 친절함이란!’ 하지만 그보다 더 놀란 것은 둘 가운데 한 명의 ‘미모’였는데, 정말 어마어마하게 잘생겨서 잠시 나의 성 정체성에 혼란이 올 정도였다. 아무튼 이제는 ‘thank you’보다 익숙해진 ‘Grazie’라는 인사와 함께 그 잘생긴 청년들(나머지 한 청년도 잘 생겼다)과 헤어졌다.
청년들이 안내한 곳에는 정확하게 매표소가 있었다. 창구는 여러 곳이 있었는데, ‘나폴리-카프리 09:00’이라고 쓰여 있는 곳(물론 이탈리아어로)이 있어 쉽게 표를 살 수 있었다. 이 배는 세월호와 같이 자동차와 사람을 함께 실을 수 있는 일종의 페리였다. 표를 살 때 한 동양인 여성이 있어 말을 걸까 했는데, 너무 차가운 표정(?)이라 말을 걸지는 못했다. 난 배에 올라 곧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을 찾아 나왔다. 날씨가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9시가 되자 배가 출발했다. 5분이나 10분쯤 됐을까? 나폴리 시내가 들어왔다. 정말 환상적으로 아름다웠다.
내가 탔던 배
배에서 바라본 나폴리
배 위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햇살을 즐기는 일이 얼마나 즐거운지를 알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름이 마음에 드는지의 여부를 떠나 지중해는 정말 아름다운 풍경을 갖고 있는 바다였다. 로마제국 멸망 이후 끊임없이 해적에게 시달렸다는 지중해의 역사는 최소한 현재의 모습에선 찾아보기 어려웠다. 평화가 찾아오면 인간은 언제든 다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듯하다.
버스와 달리 흔들림이 적은 배 위는 책을 읽기도 누워서 자기도 좋았다. 내 뒤의 남녀 커플 중 여자는 남자친구와 음악을 듣다 따라 불렀는데 꽤나 잘 불러서 정취를 더했다. 나는 졸다, 멍하니 있다, 글을 쓰기를 반복했다. 그런데 아까 내가 본 여성과는 또 다른 동양 여성이 DSLR을 들고 힘들게 셀카를 찍으려하고 있었다. 마침 나도 DSLR을 들고 있었기에 그녀에게 “내가 사진을 찍어줄까요?”라고 물어볼 수 있었다.(DSLR을 들고 있다는 것은 그녀의 사진기를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함으로..) 그녀는 흔쾌히 “고마워요”라고 대답했다(대화는 영어로 이루어졌다). 사진을 찍은 후 대화가 이어졌다.
나 : 어디에서 왔어요?
여자 : 난 중국 사람인데, 미국에서 유학 중이고 잠시 이탈리아에 놀러왔어요. 이름은 ○○에요. 당신은요?
나: 난 한국 사람이고 휴가 중입니다. 이름은 △△에요.
여자 : 아~ 나 한국 너무 가보고 싶어요. 특히 명동 같은 곳..
나 : 명동은 사람이 너무 많아요. 뭐 하지만 역동적이죠.
여자 : 중국에 와 본적은 있어요?
나 : 베이징 청화대에서 한 달 정도 머문 적은 있어요. 뭐 그러나 중국어는 전혀 못합니다.
여자 : 청화대! 와우! 엄청난 대학인데!
나 : 전 그냥 잠시 머물렀을 뿐이에요..
여자 : 그래도 청와대는 대단한 곳이죠.
나 : 모두 그렇게 이야기하죠. 나도 사진을 좀 찍어주겠어요?
여자 : 물론이죠. 카메라 주세요~
이렇게 난 그녀와 짧은 대화를 나누고 사진을 조금 더 찍고 서로 “즐거운 여행되길”이란 인사와 함께 대화를 마쳤다. 하지만 일행이 없었고, 둘 모두 카메라를 들고 온 사람들이라 사진을 찍으며 자주 마주쳐 약간 어색한 상황이 생기기도 했다. 그렇게 1시간 30분이 흘렀다. 앞에 거대한 두 봉우리를 가진 섬이 보이기 시작했다. 카프리였다.
배에서 바라본 카프리 항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