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al Mystery Tour

이탈리아 4개 도시 여행기_ 나폴리 첫째 날_나폴리를 헤메다.

beatles 2015. 6. 22. 00:13

호스텔을 들어가서도 난 한바탕 난리를 피웠다. 밖에서 벨을 누르고 들어갔는데, 주인이 뭐라고 말하는지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던 것이다. 그 결과 난 2층에 있는 호스텔에 가기 위해 5층부터 건물의 모든 층을 훑으며 내려와야 했고, 주인의 한심한 표정은 덤으로 같이 받아야 했다.


그래도 손님인지라 주인은 상당히 친절하게 나를 맞이해줬다. 그는 나의 국적을 묻더니 안녕하세요?’라고 어설픈 한국어로 인사까지 했다. 축구를 좋아하냐고 물어보더니, 그렇다고 하니 내일 나폴리와 샤르타흐 도네츠크의 유에파컵 빅 경기가 있는데, 원하면 표를 사다 주겠다.’고 했다(어떻게 알아들었는지 아직도 신기하다). 난 축구장의 유혹에 잠시 빠졌지만, 이 도시에서 아직 열광적인 축구장까지 갈 엄두는 나지 않아서 고맙지만 사양할게라고 대답했다. 그는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자신의 할 일을 이어갔다. 그 일은 관광안내였다. 그는 나에게 지도를 한 장 주면서 나의 일정을 물어본 후, 내 일정에 맞게 가야할 곳들을 안내해 줬다. 도착 당일은 시내 투어를 할 생각이었다고 말하니 어떻게 다니면 좋다고 동선과 교통편까지 지도에 표시해 가며 안내해 줬다. 그의 호의가 너무 고마워서 그대로 다니면 되겠다 싶었는데, 더 디테일한 준비가 없었던 나로서는 결과적으로 그의 말을 들은 것은 실패였다. 아무튼 그의 말을 모두 듣고 방을 안내 받았다. 독방이었다. 난 짐을 이리저리 풀고, 귀중품은 캐리어에 다시 넣고, 간편한 차림으로 밖으로 나왔다.


그가 처음 가라고 한 곳은 나폴리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는 산엘모성(Castel san’tElmo)이었다. 호스텔 사장은 지하철을 타고 어느 역에서 내리면 된다고까지 친절히 이야기 해줬기 때문에, 난 지하철역까지 너무 쉽게 갈 수 있었다.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난 지하철을 타러 내려갔다가 곧 다시 올라와야 했다. 분명 지하철을 타러 가서 기다리는 열차 문 앞까지 갔는데 표를 사는 곳도, 검사하는 곳도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캄파냐 아르떼카드에는 무료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카드가 포함되어있어 문제 될 것은 없었지만, 표사는 곳과 검표하는 곳이 없다는 것은 뭔가 이상한 일이 아닌가!? 다시 올라가 주변을 살폈지만 내가 찾는 곳은 없었다. 난 지하철을 타면서 혹 이것이 외국인 노동자와 경제 소외 계층을 위한 복지정책의 일환은 아닐까?’, ‘모 경기도지사 후보가 실시하려던 무상 교통 같은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지하철이 들어오는데 과연 저 물건이 아직도 유용하게 쓰이는 것인가?’란 생각이 들 정도로 매우 낡았기 때문이다. 뭐 아무튼 지하철을 타고 자리에도 앉았는데, 움직이는 속도도 가관이었다. 뭐 걷거나 뛰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지하철로 갈 수 있는 속도의 최소치로 달리는 것만 같았다. 그제야 이 지하철은 돈을 받고 타는 것인데, 나만 그걸 몰라 돈을 받지 못했나보다.’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나폴리 시의 흔한 기차의 모습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번엔 지하철의 속력이 느려지더니 조명이 깜빡 거리기 시작했고, 곧 정전이 됐다. 난 너무 당황해 주변을 둘러봤는데, 주변 사람들을 보고 더 당황하고 말았다. 다들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태연하게 본인들이 하던 것을 했다. 심지어 그 어두운 곳에서 휴대전화 조명을 켜고 읽던 책을 계속 읽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일은 흔히 일어나는 일상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평온한 열차 안에 지하철 승무원이 엄청 진지한 얼굴을 하고 들어왔는데, 그 모습이 객차에 평온한 얼굴의 사람들과 대비되어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승무원에게 승객 가운데 한 명이 물었다.

 

승 객 : 고치는데 오래 걸리나?

승무원 : , , 큰 고장 아냐

승 객 : (피식) 진짜?

승무원 : , 진짜!

- 저런 대화가 오가는 것 같은데, 방송이 나왔다.

방 송 : 일분 후 출발합니다.

승객들 : (믿지 못하겠다는 듯) 피식..

 

그런데 정말 기차는 일분 후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당황한 것은 오히려 승객들이었다. 승객들은 이럴 리가 없는데라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평온을 찾았고, 객실은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왔다.

 

난 호스텔 사장이 말한 역에서 내렸는데, 그가 가보라는 곳은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결국 한 이탈리아 커플에게 지도를 보여주며 길을 물어봤지만 나도 그들도 영어를 못하니 결국 찾는 것은 실패했다. 정말 30분은 길을 찾아 헤매었지만 길은 찾을 수 없었다. 결국 난 산 엘모성 찾는 것을 포기했다.


산 엘모성을 포기한 나는 해변으로 향했다. 해변의 분위기는 도심과 완전히 달랐다. 건물들과 지하철에 가려졌던 따사로운 햇살이 보였고, 거리는 상대적으로 깨끗했으며, 가볍게 운동하는 사람들과 산책하는 사람들로 인해 한층 느긋한 분위기였다. 이탈리아에서 처음 보는 바다가 나폴리의 바다라는 것도 행운이었다. 바다에서 바라보는 나폴리는 도심의 치열함이 마치 햇살이 도심 속에 가려졌듯 햇살에 가려져 흔적도 없는 듯 평온하고 아름답기만 했다. 그리고 저 멀리 카스텔델오보(Castel dell’Ovo)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 한참 멀리 보였지만 난 저기까지 걷기로 했다. 해변이 아름다운 것을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하기로 했지만, 더 큰 이유는 오자마자 바로 나왔기 때문에 이곳 버스 노선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걷다 보니 날씨가 꽤나 덥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311일인데도 나폴리의 기온은 영상 20도를 넘고 있었다.


나폴리 해변의 모습과 멀리 보이는 카스텔 델 오보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