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ine

연예인은 공인이 아니다.

beatles 2009. 3. 9. 14:37

한국 사회는 연예인의 언행에 매우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그들이 공인公人이라는 것이 그 이유이다.

공인의 사전적 의미는

①‘국가 또는 사회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  ②‘공직에 있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연예인은 공인이 아니다.

사전적 의미를 들이대고 ‘연예인을 공인이 아니’라고 한다면,

몇몇 사람들은 ‘그들은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기반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공인의 성격을 갖는다.’라고 말한다.

일견 틀린 말은 아니다.

많은 대중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연예인에게 도덕적으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 자체를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 사회가 연예인에게 공인의 굴레를 씌워 엄격한 잣대로 그들을 평가하면서,

정작 정말 공인들에 대해서는 관대하다는 것이다.

진짜 공인들은 누구인가.

일단 대통령, 국회의원, 공무원 등이 있겠다.

이들은 국가 또는 사회를 위해 일하며 공직에도 있으니 공인의 조건을 모두 충족시킨다.

이들의 말실수들을 살펴보자.

대통령의 언행이야 이미 많이 지적된 바 있다.

‘못 생긴 여자가 서비스가 좋다.’는 아주 대표적인 대통령의 망언이다.

오바마의 후보시절 발언이 자신에게 불리하자

‘선거할 땐 무슨 말을 못하겠냐’라는 말씀도 하신 바 있다.  
 한편 모 국회의원은 기자를 성추행했다.

그도 모자라 ‘일하는 아주머니인줄 알았다’(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다만 이런 비슷한 말이었다)는 말도 했다.

일국의 대통령과 국회의원이 저런 말을 해도, 심지어는 일부 언론에서 대서특필해도

한국 사회는 이상하리만치 무신경했다.

아마도 이들에 대한 포기 혹은 체념의 단계에 들어섰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추측해본다. 

다시 연예인들의 언행으로 돌아 가보자.

얼마 전 소녀시대의 태연은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간호사 비하 발언’을 했다.

그때 대중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물론 그 뜨거운 반응을 만들어낸 대부분이 10대이긴 했지만,

20~30대의 관심도 상당했다.

그러나 그녀의 발언을 들어보면 위에 예를 든 대통령과 국회의원에 비하면 별로 문제될 것이 없다.

오히려 그녀의 나이가 20대 초반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나이 드실만큼 드시고 사회적 위치도 공고하시며, 철들 나이가 지나도 한참 지나신 윗분들을 고려한다면

‘아직 어리니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수준이다

(그렇다고 어려서 한 발언이니 용서해 주자는 것이 아니다).

더 극단적인 예는 유승준이다.

유승준은 반듯한 이미지로 사랑 받았고, ‘군대를 가겠다’고 호언했지만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불법을 저지른 것은 아니다.

그가 싫다면 그냥 그의 앨범을 사지 않으면 되고, 그가 나오는 프로그램을 보지 않으면 된다.

그러면 누가 뭐라고해도 그는 한국에서 살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그를 법으로 입국도 못하게 막고 있고, 대중도 여전히 그를 용서하지 못한다.

그런데, 진짜 공인인 국회의원과 고위공무원, 청와대 고위 공직자들 가운데에도

미심적은 이유로 군대를 가지 않은 사람이 매우 많다.

자기 자식들을 군대에 보내지 않은 사람도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그들이 유명하지 않아서 인지, 그들에 대해서는 분노는커녕 관심도 갖지 않는다. 

혹시 우리는 진짜 공인들에게 돌려야 할 분노를 연예인에게 잘못 돌리는 것이 아닐까?

심지어 진짜 공인들이 자신들에게 돌아와야 할 분노를 교묘하게 연예인들에게 돌아가게 만들고 있고,

우리가 거기에 놀아나는 것은 아닐까? 

앞서 연예인에게 그들이 가진

공인‘적’ 성격으로 인해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나쁠 것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에 앞서 공인적 성격을 가진 이들이 아닌 진짜 공인들에게

먼저 그 잣대를 들이대고 관심을 갖아야 하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한국의 공직사회를 깨끗이하는 방법이 될 것이고,

민주화를 진전 시키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