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1.20. 용산참사 현장에 다녀와서..
어제 학부동기와 용산 철거민 참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불에탄 흉물스러운 건물, 그 건물을 둘러싼 경찰, 경찰을 둘러싼 추모객들과 시위대...
저에게는 이것들이 2009년의 대한민국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 같았습니다.
정부와 경찰은 이렇게 말합니다.
'저들이 화염병을 던지는 등 과격시위를 해서 시민들에게 피해를 줘서 부득이하게 강경진압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철거민들 과격시위를 했습니다. 그런데 왜 그들은 물대포를 맞아가며, 화염병을 던저가며 시위할 수밖에 없었을까요?
오늘 경향신문 기사를 보니 그 지역에서 정상적으로 매매하면 1억 3000만원에 팔릴 탁구장의 보상비는 고작 3000만원이었다고 합니다.
보증금 제외하고 4000만원 들여 개업한 치킨집은 1800만원을 보상해줬다고 하네요. 정상적이라면 7000만원 선에서 매매된다고 합니다.
국가가 재개발을 명목으로 자신들의 집을 빼았으면서 보상은 1/4밖에 해주지 않는다면 어느 누가 가만히 있을까요.
물론 대다수의 주민은 저항했고, 재개발 조합은 '용역'을 동원해서 오물을 투척하고, 벽에 낙서를 하는 등의 위협을 가했고,
890명의 세입자 가운데 763명은 보상을 받고 나갔다고 합니다.
위의 정황을 보고 '과격시위 때문에 사상자가 났다.'기보다는
'무리한 재개발 추진으로 과격시위가 발생했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저는 더 상식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백번 양보해서 철거민들의 시위가 과격했다고 해도, 점거 시위 첫날 경찰 특공대를 투입한 예는 없었다고 합니다.
보통의 경우는 점거 현장을 봉쇄하고 철거민들이 지칠때까지 기다리거나,
설득과 대화의 노력을 몇일간 해 본 후에 무력진압을 실시한다고 하네요.
이러한 노력없이 경찰이 무력진압을 단행한 것은 누가 뭐래도 과잉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편 경찰은 '시너(신나) 때문에 참사가 발생했다'라고 하는데요, 경찰은 시너가 있었는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알고 있었으면서 무리하게 진압했다면 이것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튼 저는 위와 같이 생각을 해서 돌아가신 철거민도 추모하고, 경찰의 과잉진압에 대한 항의를 하고자 용산에 갔습니다.
추모는 누구나 당연히 할 수 있는 것이고, 경찰에 대한 항의도 제 권리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경찰은 건물을 원천봉쇄함을 물론, 자신들에게 항의하러온 사람들을 예전과 같이 '불법집회'라며 해산하라고 했습니다.
사건현장에서 경찰에 항의하려 자연히 모이는 시민들을 '불법집회'로 규정한다면 이땅에 집회의 자유는 과연 있는 것일까요?
그런 집회도 경찰의 허가를 받고, 해가 떨어지지 않은 낮에만 해야하나요? 그럼 직장인들은 평일에는 집회를하지 말라는 것인가요?
결국 경찰은 물대포를 발사했습니다. 이것은 많은 시민들을 흥분시켰고, 결국 시민들은 보도블럭을 깨서 경찰에게 돌을 던졌습니다.
이런 경찰을 과연 시민을 보호하는 경찰이라 할 수 있을까요? 오전에는 철거민들을 죽이고, 오후에는 추모객들에게 물을 쏘고..
정권을 지키기 위한 '개'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견찰(犬察)이라는 표현이 너무 적당하죠.
암튼 그때부터 저와 제 친구는 경찰들이 모는 방향으로 몰리다가 결국 서울역까지 걸어갔고,
더이상 시위대를 찾을 수 없어 서울역에서 집으로 해어졌습니다.
공권력은 처음에 재개발 조합이라는 나중에는 정권이라는 힘있고 가진자의 편만을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폭력은 공권력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었습니다.
지금 이 나라의 민주주의? 개나 주라고 하십쇼. 이미 썩어서 사람은 먹지 못할 정도가 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