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나라당은 이번에 '공권력'과 '불법폭력'을 들고나왔다. 하나는 정부가 '정당하게'집행하는 허용된 폭력이고, 다른하나는 허용되지 않는 폭력이라는 구도로 용산사건을 몰고간다. 이렇게되면 '공권력'쪽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한쪽은 정당한 공무의 집행인데 어쩔 수 없지 않느냐'아마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대다수의 사람들일 것이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얼마전 시사인 기사에서 2월 임시국회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거기에서 대다수의 국민들은 '합의가 안되면 다수결로'에 지지를 보냈다. 그런데 또 다른 조사에서는 '끝까지 합의처리'가 대다수를 차지했다고 한다. 이것은 '모범 답안을 좇는 응답자의 특성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기사링크 http://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691) 이것은 단어 선택, 명제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라는 책은 이러한 프레임의 중요성을 다시 보여준다. 철저하게 미국 민주당의 입장에서 쓰인 이 책에서는 민주당이 공화당의 '감세'프레임에 당했다고 말을한다. '감세'라는 말은 그 자체로 긍정적인 이미지가 있는데 민주당이 '감세반대'를 말하면 반대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투표권자들에게 심어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공화당이 감세를 이야기하면 완전히 다른 프레임 즉 감세를 생각하지 않는 새로운 프레임을 시민들에게 심어줘야 한다는 것이다(감세 프레임은 이번에 한국의 한나라당도 충분히 써먹었다).
한국 보수는 이와같은 교묘한 긍정,부정의 프레임을 만들어서 많은 이익을 봤다. 작년 중순끼지 보통 정치세력을 나눌때는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로 나누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던 것이 어느순간 '보수와 좌파'로 구분되기 시작했다(조중동을 보면 알 수 있다). 한국사회에서 여전히 부정적인 '좌파'의 이미지를 자신들의 대척점으로 삼은 것이다(아무래도 '진보'라는 단어는 긍정적이니까). 여기에 한국의 진보세력을 또 한번 당했다. 진보세력은 이를 대체할 어떠한 새로운 대안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앞서 말했지만 이번에는 '공권력'대 '불법폭력'이다. 이런 대결구도가 되면 모범답안을 찾는 시민들로써는 '공권력'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이는 여론조사에도 그대로 나타날 것이다. 무엇인가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사실 이런 글을 쓰면서도 어떻게 이사건을 접근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대안 없이 비판만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용산참사의 잘못을 명확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방법론이 필요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힘없는 세입자, 터무니 없는 보상금, 겨울이라는 계절, 용역의 행패와 이를 묵인하는 공권력, 화염병을 던지기도 전에 결정된 경찰 특공대의 투입, 위험물질의 존재를 알았음에도 진압에 나선, 그리고 시너가 타는데도 물대포를 계속 뿌리던 경찰. 이 모든 것이 너무나 명확하게 밝혀졌음에도 '공권력'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는 국가폭력. 이렇게 많은 재료가 있음에도 어쩌지 못하는 나의 무기력함에 화가 나기도 한다.